2003년 여름, 첫 번째 배낭여행(유럽)
국민학교 3~4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이모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접한 먼나라 이웃나라.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결국 6권 전권을 우리집으로 가져와서 책이 닳도록 읽었다.
아직까지 사그라들지 않은 외국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갈증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유행처럼 번지던 유럽 배낭여행은 나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고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2003년 여름 드디어 첫 해외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게 너무 많았던 첫 번쨰 해외 여행.
사실 유럽은 첫 여행지로 삼기에 좀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가격도 그렇고 일정도 그렇고..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그렇게라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었던 기회니까.. 후회하지는 않는다.
2003년 여름 25~26일 일정의 내일여행 호텔팩이었다.
(이름이 칸타빌레 였던 걸로 기억)
기억을 더듬보면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런던(+캠브리지, 4박)으로 인
- 브뤼셀(+브뤼헤, 1박)
- 암스테르담(+잔세스칸스, 1박)
- (야간이동 1박)
- 뮌헨(+퓌센, 잘츠부르크, 2박)
- (쾰른으로 이동 후 야간이동 1박)
- 프라하(2박)
- 빈(1박)
- (야간이동 1박)
- 베네치아 찍고 로마(+피사, 2박)
- (야간이동 1박)
- 루체른 찍고 인터라켄(3박)
- 쥬네브 찍고 파리(5박)에서 아웃.
하지만 여행 마지막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파리에서 이틀정도만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느라 실제 여행기간은 22~23일 정도였다.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몇장의 사진들..
<프라하, 체코>
유럽 배낭여행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초기 서유럽 주요국 위주로 진행되다가
서서히 동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그 첫 타자가 아름다운 구도심으로 유명한 프라하였다.
(제는 프라하도 한 물 가고 크로아티아가 완전 유행하고 있는 듯)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을까,
야간열차 이동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동유럽의 우울한 거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이상하게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쇤부른 궁전, 빈, 오스트리아>
베르사유를 갔다 온 사람들은 '쇤부른 별거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빈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도시 중 하나였다.
잘 정돈된 도시, 유서깊은 느낌의 호텔,
(지금은 미니국가지만)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합스부르크왕가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련함,
트램 노선을 살필 때 친절히 다가와 독일어로 뭐 도와줄거 없냐고 물어보시던 할머니,
여름 밤을 밝히는 시청 앞 광장에서의 야외 음악회 등...
강렬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도시
< 필라투스, 스위스 >
딴애는 남들 안가는 곳 찾아간다고
기본일정을 변경해 스위스 일정을 하루 추가했고,
추가로 얻은 하루를 이용해 필라투스를 갔다.
한국인들을 볼 수 없었던 몇 안되는 곳이었기에
괜히 선택 잘 했다고 혼자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유명해져서 많이들 가는듯)
< 리알토다리, 베네치아, 이탈리아 >
그나마도 네덜란드에서 고장나는 바람에 일회용카메라로 연명해야 되었기에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한장 한장 소중한 추억들이다.
다가오는 여름 다시 찾는 유럽에서
당시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