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족여행 Day 7-2. 융프라우요흐, 스위스
"2012.8.8.(수) 두 번째 방문한 융프라우요흐(2)"
< 융프라우요흐행 터널 입구, Eigergletscher >
산 정상에서부터 속이 안좋아서 힘들어하기 시작하는 누나는 밑에서 만나기로하고,
부모님과 나는 하이킹을 위해 Eigergletscher 역에 내렸다.
융프라우 지역에는 수십가지 코스의 하이킹코스가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Eigergletscher - Kleine Scheidegg 코스는 가장 짧고 쉬운 구간 중 하나이다.
마음같아서는 Eigergletscher에서 Alpiglen으로 이어지는 Eiger-trail을 걷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여행으로 피로가 조금씩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4시간을 걷는건 무리일 것 같아 쉬운 코스로 선택.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걸어내려가니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 융프라우지역 하이킹 안내도 >
< 하이킹 1 >
1시간 반의 짧은 하산길이었지만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 하이킹 2 >
< 하이킹 3 >
< 하이킹 4 >
< 하이킹 5 >
< 하이킹 6 >
< 하이킹 7 >
< 하이킹 8 >
그렇게 하이킹을 끝내고 클라이네샤이덱에 도착하니
기차를 타고 먼저 내려온 누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그린델발트로 내려가 쉬면 좋겠지만
오늘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는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되는 Bort에 위치해 있다.
Bort행 곤돌라 막차가 6시 전후로 끊길 수 있기 떄문에
서둘러 기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향했다.
< First행 곤돌라 안내도. 중간의 해발 1,500m 지점에 Bort가 위치해 있다. >
그린델발트에 도착한 뒤
Coop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구입하고,
짐을 바리바리 싸든 채로 First를 향해 곤돌라를 타고 해발 500m를 거슬러 올라가니
산 중턱에 홀로 위치한 건물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이곳이 우리가 오늘 밤 묵게 될 숙소. Berghous Bort 호텔이다.
< 창문마다 꽃으로 단장한 Berghous Bort 외관 >
스위스에서 하루 쯤은 조용한 자연 속에서 묵고 싶어 고민끝에 선택한 숙소.
First를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린델발트에서 500m이상 높은 지대에 홀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는 경우 곤돌라가 유일한 교통 수단인 곳이다.
곤돌라비도 아깝고 혹시나 일정이 엉겨서 곤돌라를 못타게 될경우 교통이 막막한 곳이므로
수 많은 고민끝에 선택한 숙소였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사실 예약할때까지만해도 전문적인 호텔이 아닌 오래된 식당을 개조(?)한 구조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
4인 1실이라 2층침대가 작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편안했고,
화장실이 방에서 떨어져있는 방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걱정되었지만,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전용키가 있어 혼자 사용할 수 있었으며
다행히 다른 객실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불편함이 별로 없었다.
소음 문제를 지적한 리뷰도 있었으니 다행히 무리가 묵었던 날은 시끄러운 손님들도 없었고..
사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걱정들은 "아름다운 풍경 & 조용한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다.
지대가 높다 보니, 그린델발트에서 올려다 보였던 암벽들이 눈 앞에서 보였고
저녁을 먹으며 눈앞에서 멋진 산세를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또한 6~7시경 곤돌라 운행이 중단된 뒤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Bort 지역은 온전히 우리것이 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인근에 집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명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는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광해 없는 알프스의 산 속에서 넋놓고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욕조가 없고 천장이 낮다는 점 등 사소한 단점을 찾으려면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여행 뒤 가족 모두가 가장 인상깊었던 숙소로 꼽았던 곳.
< 더블침대 하나와 2층침대 형식의 싱글침대 2개로 구성된 4인실 내부 >
< 방에서 바라본 풍경 >
2개의 4인실 중 하나는 절벽을 바라보고, 다른 하나는 곤돌라를 바라보는데
우리가 묵은 방은 다행히 정면의 절벽을 바라보는 곳이었음.
하지만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보다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좋았기 떄문에
(곤돌라 운행 전/후의 아침 저녁에는 어차피 행인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되 괜찮음)
이곳에서 묵는 한 방의 View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 저녁식사 >
스위스의 호텔들은 대부분 Half-board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는 숙박비에 석식이 포함된 것을 의미한다.(조식은 당연히 포함)
겨울철 스키여행객들이 편안하게 숙소에서 모든걸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인것 같은데,
스위스의 작은 산악 마을들에서는 사실 맛집을 찾아다는게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제도인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호텔비 못지않게 밥값이 비싼 스위스인지라
잘 활용하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물론 하프보드로 제공되는 석식 옵션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때문에
우리가족은 왠만하면 이용하지 않았으나,
Berghous Bort의 경우 곤돌라 운행시간이 정해져있으니
다른 대안이 없어서 1인당 5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내고;; Half-board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것도 이 숙소의 단점 중 하나;;)
우리가 묵었던 날의 코스메뉴는 리조또와 캥거루고기 중 택1이였는데
(스위스까지 와서 캥거루고기라니;;)
캥거루는 너무 생소했고, 리조또는 좀 짜게 나왔기때문에 사실 음식이 맛있다고 강추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호텔보다 식당이 유명한 곳이고, 많은 리뷰들이 이곳의 음식을 강추하였기에 좀 의외였음.
서양사람들은 확실히 우리와 입맛이 다른 모양이다.)
하지만
야외테라스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암벽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음식 맛이 좀 아쉬웠더라도 종합적인 만족도는 역시 최고.
< 숙소 뒷동산에서 바라본 알프스 노을 >
< Bort 전경. 왼쪽 건물이 호텔, 오른쪽 건물이 곤돌라승강장이다. >
배불리 식사를 한 뒤
곤돌라가 끊긴 한적한 Bort 인근지역을 잠시 거늘었다.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고,
여우도 만나고,
밤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름 은하수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알프스에서의 잊지못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