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기 8. Old Delhi
2013.7.20(금) 라다크와 너무나 달랐던 진짜 인도, 델리
< 처음 도착하는 여행자들의 넋을 빼놓을 만큼 역동적인(!) 델리 여행의 중심지, 빠하르간즈(Paharganj) >
라다크에서의 한 주간의 힐링을 뒤로 하고,
이제 델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판공초에서 산사태로 하루 갖혀있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고산병 & 국내선 비행기 캔슬이 다행이도 기우에 그친 탓에
희망했던 판공초와 누브라밸리를 모두 가 볼수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라다크를 뒤로 한채 델리를 향할 수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을 한 뒤,
함께했던 동생들과 아침을 함께하고,
레 공항으로 향했다.
< 아침 >
규모는 작지만
군사공항이었던 탓에 수속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레 공항을 뒤로한 채 AI446에 몸을 실었다.
별거 없는 국내선 여행이지만
오늘의 비행이 기대되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에 탑승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ㅋ
겨울이 델리-레 구간의 극성수기였던 탓에
저렴한 5만원짜리 Add-On 티켓을 구할 수 없어
부득이 비즈니스석 Add-On 티켓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비즈니스석임에도 가격이 오를데로 오른 저가항공보다 훨씬 저렴했다.
(비즈니스 Add-on 10만원, 저가항공 편도 30만원;;)
이놈의 저가항공사들은 성수기에 티켓가격을 어디까지 끌어올리는 건지...-_-
<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간식 >
1시간 10분의 짧은 거리었기에
비즈니스석이라고 해봐야 좌석 조금 더 넓은거 제외하고는 사실 별거 없었지만,
그나마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코노미에서 간식으로 작은 샌드위치 하나 제공되는거에 비해
한끼 식사로도 거뜬할 정도의 풍족한(?) 간식이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온 탓인지
별 맛은 없었다는건 좀 안타까웠음;;;
< 여기가 인도라는걸 제대로 느끼게 해준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즈 >
델리 공항에 도착한 뒤 Airport Express를 탈때까지만 해도
깔끔하고 정돈된 인도의 모습에 인도 여행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
하지만.
메트로 뉴델리역에 도착한 뒤
빠하르간즈로 가기 위해 밖으로 걸어나오는 그 순간
여기가 진짜 인도라는걸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불쾌하리만큼 후덥지근한 공기,
코를 자극하는 정체모를 냄새,
곳곳에서 들리는 경적과 고함소리,
그리고..
구석 구석 어디를 둘러보아도 넘쳐나는 인파.
라다크를 떠난지 1시간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기억은 딴나라처럼 느껴질 다름이었다;;
미로처럼 연결된 통로를 따라 힘들게 뉴델리역 육교를 건너는순간
짜증은 절정에 달했는데
가이드북에서 경고했던 사기꾼들을 그대로 만난 것이다.(길막고 통행료 달라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냥 쌩까고 통과해버리면 되는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었지만,
무거운 짐을 맨 채로 땀에 쩔어 걸어다니고 있던 나였기에
이런저런 짜증들이 겹치면서 빠하르간즈에 도착하는 순간 이미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버렸다;;
< 빠하르간즈 큰길가에 위치한 대형호텔 Vivek.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청결함은 기대 이상이었음 >
원래 계획은 빠하르간즈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짐을 푸는 것이었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골목 구석에 위치해있을 게스트하우스를 찾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방의 무게를 겨우 이겨가며 힘겹게 한걸음씩 내딛던 눈앞에 보이는 Hotel Vivek.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이름의 호텔이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들어갔다;;;
호텔 규모가 커서 비싸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그리 쎄지 않고, 꽤나 청결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것 같아
INR650에 델리에서의 1박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가격을 아끼기위해 에어컨룸이 아닌 팬룸으로 잡았는데,
(에어컨룸은 INR1,000이상이었던걸로 기억)
별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에어컨룸을 잡는걸 추천.
인도 여름밤의 후덥지근함은 정말... 우리나라 여름을 가볍게 능가한다.ㅋ
< 무굴제국의 유산, 붉은성(Red Fort) >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다시금 여행의 의지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오후2시가 넘은 시각이었기에
오늘은 가볍게 올드델리 지역을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메트로를 타기 위해 메트로뉴델리 역으로 향했다...
..
.
막상 도착해보니 지하철 매표소가 마치 전쟁이라도 난듯 사람으로 가득하다.
매표소부터 검문대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는 사람들을 본 순간
그 속에서 티켓팅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속편하게 오토릭샤를 타기로 마음먹고 역 밖으로 나갔다.
수 많은 오토릭샤 속에서 나름 바가지를 피하기위해 흥정한번 해보겠다고 나섰으나,
이건 뭐 누가봐도 여행객인 내가 닳디닳은 인도 릭샤꾼들을 상대로 흥정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몇번을 허탕친 끝에 그냥 INR250으로 타협하고 릭샤에 올랐다.
아 힘들다...;;;
< 붉은성 내부 1 >
어디가나 사람으로 가득한 인도 답게
붉은성 티켓 매표소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긴 줄 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니, 저 옆에 외국인 전용 매표소가 보인다.
아 놔..ㅋㅋㅋㅋ
그래도 뒤늦게나마 외국인 전용 매표소를 발견한걸 다행으로 여기며 붉은성 내부로 진입.
< 붉은성 내부 2 >
무굴제국 최고의 전성기에 지어진 붉은성의 당당한 위엄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성 내부의 한적함이었다.;;;
물론 이곳도 다른 관광지 대비 절대 한적한 편은 아니었지만, 외부의 카오스에 비하면..ㅋ
벤치에서 한참을 쉬어가며 여유롭게 붉은성을 둘러보며 정신을 수습-_-한 뒤
맞은편에 위치한 올드델리 최대의 재래시장 찬드니촉으로 향했다.
< 자마 마스지드 >
도착한지 반나절만에 인도의 수많은 인파에 학을 땐 나였기에
사람이 많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찬드니촉은 궂이 가고 싶지 않았으나..
유명한 탄두리치킨집이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위치해있었기에,
치킨 하나 먹어보겠다고 수 많은 인파를 뚥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가는 길에 위치한 인도 최대규모의 이슬람사원, 자마 마스지드가 보고 싶기도 했었음)
찬드니촉 진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무더위와 수많은 인파에 지치기 시작한다.;;
이슬람 사원 내부는 별거 없다는 믿음으로
눈앞에 보이는 자마 마스지드를 스쳐 지나며
힘들게 힘들게
델리 제일의 무굴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진 카림호텔을 찾아갔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라마단기간이라 8시는 되어야 문을 연다고..-_-
(현재 시각 5시 20분)
잠시 고민했으나,
이스탄불에서의 경험에 비춰 볼떄,
라마단 기간의 저녁식사 시간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닭한마리 먹다가 사람들 속에서 치여죽는건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한채 지나가는 오토릭샤에 다시금 올랐다.
< 골목 골목마다 사람이 정말 많았던 old delhi >
힘겹게 돌아온 빠하르간즈.
오후내내 한 거라고는 레드포트 하나 봤을뿐인데
델리 시내를 다 돌아본마냥 지치고 피곤하다.
게다가 오후에 갈아입은 옷은 그새 또 땀에 쩔어있고;;;
뭐라도 먹어야될 것 같아 지친 몸을 이끌고 전망이 좋아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 아쉬운 데로 빠하르간즈에서 맛본 탄두리치킨;; >
카림호텔에서의 무굴전통요리 실패의 아쉬움을
빠하르간즈의 정체모를 식당에서 달래며,
저녁을 해결하고나니 시간은 7시가 되어 간다.
피곤한 몸을 마사지로 달래볼까 했으나,
겨우겨우 찾아간 마사지샾은 오늘 예약 다찼다고..
아 무슨 델리에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_-
일단 호텔로 돌아가고 보니,
피곤하기는 하지만 인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보내기는 너무 아쉬워
일단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밤공기를 뚫고
빠하르간즈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바나나라씨, 옥수수, 모모 등 이것저것 군것질을 잔뜩 하며
배를 잔뜩 불린 뒤,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물론 선풍기를 아무리 틀어도 해결되지 않는 끈적끈적한 공기 탓에
쉽게 잠을 이루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