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8(목) Quito, Ecuador
< Av. 6 de Diciembre, 이 근방에서 소매치기 당함;; >
6.7(수) 밤 10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도착했다.
약 20일 뒤에 리마에서 남미사랑 배낭팩팀을 조인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그때까지의 일정을 자유로웠기에 당분간은 마음가는데로 움직이면 된다.
갈라파고스를 포함하여 약 10일 정도를 에콰도르에 있을 계획이었기에
여행정보도 얻고 혹시나 동행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에콰도르에서는 한인민박(에콰도르민박)에서 머물기로 결정.
늦은시각 택시를 타고 도착한 민박집은 시설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했으나
안타깝게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자전거 여행 하신다는 아저씨 한 분 계셨는데 내일 떠나신다고;;)
동행이 없으면 없는데로 혼자 다니면 되니,
일단 내일은 키토 시내를 돌아보기로 하고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6.8(목) 아침.
키토에서의 첫날은 적도 기념탑(Ciudad de Mitad del Mundo) 관광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택시를 탈까 했으나, 민박집 사장님께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지 않다며 자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버스를 타러 길거리로 나섰는데...
길거리에 나선지 5분만에 2인조 오토바이에게 핸드폰을 털리고 말았다;;;
오토바이에 두 명이 탄 상태에서
한 명은 운전하고 뒤에 앉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후 가속을 밟아 달아나는 방식은
휴대폰 도난이 잦은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법이다.
남미 여행, 특히 휴대폰 도난의 악명을 많이 들었던 나였으나
에콰도르보다 치안이 안좋은 것으로 알려진 콜롬비아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자신감과
민박집이 위치한 곳이 키토에서도 치안이 좋은(키토의 강남이라고;;) 지역이라는 안내에서 비롯된 방심이 맞물려
출발 5분만에 핸드폰을 도난당하고 만 것이다;;
(이로써 콜롬비아 사진은 몽땅 날아갔음;;)
횡당보도 앞에서 구글맵을 체크하다가 도난 당했는데
2초간 멍하게 서있다가
현실을 인지하고 열심히 소리지르며 쫓아갔지만 오토바이를 따라잡기는 역부족;;
그렇게 망연자실한채로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민박집 사장님은 없고 사모님만 계신 상태였는데
사실 사모님도 스페인어가 완벽하지 않았기에 기대했던만큼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근처 경찰서 위치를 알려주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남미에서 핸드폰 도난이 잦다는 악명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불행중 다행으로 한달전 교체한 구형 휴대폰 공기계를 가져온 상태였고,
인근 대리점에서 심카드를 구입하여 인터넷에 연결한 뒤
근처 경찰서로 향했다...
< 우울한 경찰서 1 >
역시나 경찰서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고
처음 도착한 경찰서에서
가이드북에 있는 기본문장(강도당했어요.. Me han robado…)을 읊어가며 손짓발짓으로 상황 설명을 하니
이곳에서는 도와줄수 없다며 다른 경찰서를 안내해주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두번째 경찰서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폴리스리포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구글번역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자보험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폴리스리포트 작성이 중요한데
구글번역기의 퀄리티가 은근히 괜찮았던 탓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가운데도
꽤나 정확한 폴리스리포트 작성이 가능했고
덕분에 여행이 끝난 뒤 US500불 상당의 금액을 아쉬운데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 우울한 경찰서 2 >
그렇게 뜻하지 않게 두 경찰서를 택시를 타고 오가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저녁을 향해가고 있었고..
휴대폰 도난의 충격으로
도저히 시내 관광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일단은 민박집으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누워 있다보니
충격이 컸는지
내일 키토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고
차라리 경치좋은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는게 나을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곧바로 항공권 검색을 통해
내일 당장 키토에서 갈라파고스제도으로 향하는
더럽게 비싼 티켓(Quito -> Baltra, USD210)을 충동 구입한 뒤
그렇게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 참고로 두 달 동안 남미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건사고 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강 기억나는 사례들을 더듬어보면..
1) 2인조 오토바이 휴대폰 소매치기
-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수법의 하나이다. 일단 내가 남미대륙 도착한지 3일만에 당했으니..;;;
- 어찌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일부 도시에서는 오토바이에 2명 탑승하는걸 금지하고 있다고..
- 나의 경우 도로변에서 당했지만, 차량 탑승 중에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휴대폰을 가져가는 등 범죄 수법은 다양함
(그래서인지 친절한 택시기사분은 택시에서 창문 열어놓고 핸드폰 들고 있으면 조심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 많은 소매치기/강도의 주목적은 의외로 지갑이 아닌 휴대폰이다. 여행객들이 현금 많이 안들고 다니는걸 아는모양..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칼강도를 당했는데 지갑은 안가져가고 휴대폰만 가져갔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음.
- 예방을 위해서는 길거리에서 휴대폰 안꺼내고 안보는게 베스트임 (한국처럼 이어폰 꼽고 손에 들고 걸어다니는건
미친짓이다) 잘 보면 현지인들도 길거리나 버스 등에서 좋은 휴대폰 대놓고 들고 있는 사람 잘 없음.
- 구글맵 확인 등 부득이한 경우라면 가까운 건물이나 상점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는게 좋으며,
여의치않을 경우 찻길에서 떨어진 인도 안쪽에서 확인하면 도난 확률을 줄일 수 있음
2) 시선분산 소매치기
- 수법이 다양한데.. 유럽의 경우 집시 아이들이 싸인해달라고 시선을 끄는 동안 가방을 터는 방식이 유행(?)이라면,
남미는 조금 극단적으로 오물을 투척하는 사례가 꽤 있는것 같았음
- 오물의 종류도 다양한데 물총은 양반이고, 걸어가다가 뒷통수에 햄버거를 맞았다는 사례도 들은적이 있음;;
- 오물 얻어맞고 짜증내며 닦아내느라 정신 없는동안 소지품을 훔쳐가곤 한다
- 일행이 있는 경우 햄버거를 맞은 당사자가 아닌 도와주는 친구의 물품을 터는 경우도 있으니,
맞은사람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도 조심해야함
- 예방법은 별거 없고.. 길가다가 이상한걸 맞게 되면 그 자리에서 당황하지 말고 태연하게 갈길 가다가
일정시간 이후 안전한 실내에서 닦아내는게 베스트;;
3) 칼강도
- 극단적이긴한데 장기간 혼자 여행하는 여자분들이 칼강도를 당했다는 사례도 들어본적 있음
- 말 그대로 칼을 든 강도가 칼로 위협하며 휴대품을 강탈해가는 것인데, 역시 휴대폰이 주 목적인 듯
- 정말 운이 나쁜 사례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는데.. (한 분은 대 낮에 큰길가에서 당했다고 하니 뾰족한 예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동행과 함께 다니고, 어두워지면 돌아다니지말고 큰길로만 다니는 등
기본을 잘 지키는게 그래도 최선의 예방법일것 같다
4) 야간버스 소매치기
- 야간버스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움직이다보니 아무래도 서로를 믿게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와중에도 소매치기가 발생하곤 한다
- 야간버스에서 수면을 취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힙섹을 잠시 자리에 풀어두고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화장실 이용 후 자리에 돌아오니 힙섹이 없어졌다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차량 승무원이 힙섹이 바닥에 떨어져있었다고 조심하라고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고맙다고 하고 계속 숙면을 취했는데 다음날 보니 힙섹에서 비상용 현금만 사라져있었다고..
(정황상 승무원이 털었다고 밖에는 추론이 되지 않는다. 핸도폰을 가져갔으면 그자리에서 곧바로 알아챘겠지만
현금만 빼가니 그자리에서 봉투를 꺼내 세어보지 않는 이상 당장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 극단적인 사례일수도 있지만 야간버스에서 버스회사 직원조차 완전히 믿어서는 곤란하며,
항상 귀중품은 몸에 소지하고 있는게 최선의 예방법인것 같다
이렇게 적고보면 남미는 소매치기가 빈번한 무법천지인가 싶겠지만,
막상 보면 사고없이 잘 다니는 사람들은 또 정말 잘 다닌다.
나의 경우에도 배낭팩에서 일행들을 만난 후에는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나의 사고(야간버스 소매치기)를 제외하고는 무사했으며 물론 하나의 사고도 절대 적은건 아님;;
6개월 뒤 두번째로 학교 친구들과 남미를 단체로 여행할때는 악명높은 리우 길거리에서 술먹고 돌아다니는 등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계태세로 여행했음에도 다행히 어떤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결국 어디든 사람사는 곳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지만
딱봐도 관광객 티가나는 사람들의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조금 더 많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남미여행을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팁은 아래와 같다.
1. 아무리 조심해도 운이 나쁘면 도난당할수 있으니.. 남미 여행전 여행자보험 가입(소지품 도난 보상 금액 큰걸로..
국내에서 가입 가능한 저렴한 보험은 보통 20만원 한도인데 보험료 조금만 더 내면 50만원 수준으로 올릴수 있음)
적극 권장하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보험 가입했더라도, 사고 발생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경찰서에 공식적인 '폴리스리포트'를 발급 받아야 한다. (휴대폰 가격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폴리스리포트 발급받는데 반나절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보험금 커버 금액이 20만원 정도로 크지 않다면 여행지에서의 시간 손실을 감안했을때 그냥 털고
잊어버리는게 어쩌면 더 좋은 선택일수도 있을것 같음)
2.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일행이 있는 경우 표적이 될 확률이 확실히 감소한다. 여행 중 들어보고 겪어본 소매치기/강도 사례의 상당수는 사실 혼자 다니다가 발생한 경우였다. 남미 여행의 경우 한국에서 쉽게 가기 어렵고, 일정이
길다보니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부득이 혼자다니게 되었다면 휴대품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여행자 티 안나게 허름하게 다니면 베스트겠지만.. 사진도 찍어야되고 여행온 기분은 내야되니까 궂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것 같고.. 최소한 한국처럼 휴대폰을 손에 들고 다니지는 말것. 소매치기의 경우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 표적을 물색한 뒤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다가 타이밍을 잡는 경우가 많은데, 손에 들고 다니지 않으면 표적이 될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4. 그렇다고 너무 소매치기만 조심하다가는 사진도 못찍고 여행을 못즐길수 있으니.. 일단 즐기면서 다니자!!
(철저한 백업은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신적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충격을 빨리 터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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