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티카카호수 선착장, 푸노 >
화요일 밤 쿠스코를 출발한 야간버스는
수요일 이른 새벽 우리 일행을 티티카카 호수 호안에 위치한 도시 푸노에 내려다 주었다.
야간버스 이동 자체가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인데,
고도가 높다보니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에서,
하필 간밤에 일행 중 한분이 현금을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마음까지 불편한 아침이다.
(야간버스에서 잠시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이에 차량에 동승한 현지 직원에게 털린 것으로 추정.
남미 여행중에는 현금 및 귀중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여행을 중단할 수는 없으니
피곤함을 호소하는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산병에 좋다는 코카차로 몸과 마음을 추스린 뒤,
원주민들이 전통 생활 양식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티티카카호수 안에 위치한 인공섬인 우로스 섬을 방문하기 위해
선착장에서 보트에 탑승했다.
< 우로스 섬 가는길 >
남미사랑 일정표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티티카카 호수에서의 일정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이 할애되어 있었는데,
처음 혼자 여행을 계획할때는 3일 이상을 계획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의 하나이자(물론 큰 호수 중에서.. 작은 호수들은 곳곳에 많으니),
우리나라 하나의 도 만한 면적을 자랑하는 큰 호수이며(볼리비아에서는 호숫가에서 해군을 운영할 정도로),
섬 위에 풀을 엮어 만든 인공섬에서 전통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호숫가에 머무르면서 힐링하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지역이었고,
그러한 곳에서 반나절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짧은 일정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나에게
투어캡틴 누님은
왜 이렇게 짧게 잡았는지 가보면 알게 될거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는데
투어가 끝나고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도 상업화된 우로스섬의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이 실망한다고 하는데,
막상 우로스섬에 도착해보니 왜 그런 평이 나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위해 억지로 꾸며놓은듯한 마을에서
기념품 판매와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너무 만연해 있었기에
왠지 모르게 불편한 투어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 우로스섬 가는 길 >
상업화 여부와 별개로
우로스섬이 위치한 티티카카 호수 호반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답긴 했다.
< 우로스 섬 도착 >
풀숲을 가로지르며 호수를 나아가다보니
섬 위에 떠있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이 우로스섬이다.
< 작업중 >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위에 풀과나무를 엮어 만든 떠다니는 섬인 만큼
(오랜 옛날 적들의 침입에서 도망치다가 호수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주기적으로 풀과 나무를 잘라 섬을 보강해줘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섬 위의 건축물 등 대부분의 시설 또한 나무와 풀로 만들수 밖에 없으니
이곳에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한 작업이 필수인 듯 했다.
< 축하 공연 >
섬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위해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 짧은 공연이 펼쳐졌는데
태어나서 본 모든 공연 중 가장 성의없고 어색한 공연이었다;;
퀄리티를 따지기 앞서서
하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티가 많이 났던데다가
스스로 어색해하는게 느껴지다보니;;
마음같아서는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좁은 섬에서 딱히 갈곳도 없는데다가,
공연 끝나고 기념품 판매 및 팁을 수거하겠다는 주최측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함부로 자리를 뜨기도 미안했고..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한 순간이었다.
< 전통배라고 하기에는 너무 관광객용으로 꾸며놓은 듯한 배 체험 >
그래도 이왕 관광온거
팁에 인색하기 보다는
기분좋게 지출하고 대신 제공하는 것들을 다 해보자는 취지로
전통배도 타보고 가정집도 방문해보고 했는데,
사실 특별히 인상깊은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제대로된 전통이 보전된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상업화가 된 것도 아니다보니
어중간한 느낌이었다고 해야되나?
< 우로스 섬 >
현지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했던 활동들보다는
출발 직전 가졌던 잠깐의자유시간에 느낀
섬의 맑은 공기가 더욱 좋았던 것 같다.
< 우로스 섬 출발 >
그렇게 짧지만
너무나도 어색했던 우로스섬 투어를 마무리하고
다시 푸노로 돌아갔다.
< 푸노 선착장 >
우로스섬을 떠나 돌아온 푸노 선착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을 볼수 있었는데
차라리 이런 모습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페루 여행중 리마나 쿠스코 같은 대도시를 벗어난 시골에서는
전통복장과 현대적인 복장의 중간 어딘가에 해당되는 스타일의 옷을 입은 인디오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우로스섬의 꾸며진 전통보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전통에 부합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우로스섬이 충격적으로 별로였던 탓에
(물론 그래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안가보면 아쉬울테니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기는 하다.)
티티카카호수에서의 반나절이 크게 아쉽지는 않았으나,
오히려 시간 여유를 두고 푸노 혹은 볼리비아의 호숫가 도시 코파카바나 같은 곳에 머물면서,
호숫가의 자연스러운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이다.
남미 기준 겨울 시즌에
고산지대에 위치한 맑은 호수를 방문했던 탓에
우로스섬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티티카카 호수의 시리도록 맑은 공기와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 국경으로 가는 길 >
오늘의 숙박은 볼리비아의 최대도시 라파즈에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우선 국경을 넘기위해 봉고차를 타고 국경지대로 이동했다.
< 국경 도착 >
페루에서 단체로 빌린 봉고차의 운항은 국경까지였기에,
국경 근처에서 남은 페루돈을 볼리비아 돈으로 전액 환전하고,
짐을 끌고 걸어서 국경을 통과했다.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 경험을 또 처음이라..
나름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국경 통과 >
국경을 통과후 처음으로 보이는 가운데 위치한 파란 건물에서
간단히 입국 수속을 마치고
볼리비아에서 새롭게 대절한 버스를 타고 라파즈로 이동 시작.
국경에서 라파즈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 티티카카 호수 >
호수가 양국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다보니
볼리비아에서도 한동안 호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 라파즈 가는 길 >
페루 국경에서 라파즈로 넘어가는 나름 중요한 메인 도로인데도
도로에 중앙선조차 없다.
남미 최빈국의 하나인 볼리비아에 도착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
< 라파즈 가는 길 >
그래도 도로 너머로 펼쳐진 설산 덕분에
남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절경을 보며 이동할수 있었다.
< 라파즈 가는 길 >
라파즈는 해발고도 4,000m에 달하는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이다.
물론 히말라야 기슭에는 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들도 존재하지만,
라파즈는 볼리비아 최대 도시이자 사실상의 수도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도시라고 보는데 무리가 없을것 같다.
해발 3,000m만 넘어가도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데
해발 4,000m라...
라파즈에서 고산병을 느껴보면
월드컵남미 예선에서 볼리비아 원정이 왜 악명 높은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 라파즈 진입 >
그렇게 한참을 달려
오늘의 목적지인 라파즈에 도착했다.
< Cruz de Los Andes 호스텔 >
볼리비아 물가가 싼 덕분인지
오랜만에 이층침대 도미토리가 아닌 더블룸에서 숙박을 할 수 있었다.
< 라파즈 야경 >
짐을 풀고 가볍게 저녁을 먹은뒤
컨디션이 괜찮은 사람들 몇몇을 중심으로 야경을 보기 위해 호스텔 밖으로 향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라파즈는
분지를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인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시 외곽지대가 급경사를 따라 오르막에 위치해있다.
이들의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데,
덕분에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볍게 케이블카를 타는 것만으로도 시내를 내려다볼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라파즈 야경 >
사진을 잘 찍지 못했는데,
산을 따라 늘어진 노란 조명의 향연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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