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5.(일) 이스탄불을 떠나 빈으로..."

 

 

 

 

 

< Leaving Istanbul >

 

 

이스탄불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3일이 되었다.

이제는 다음 목적지인 부다페스트로 떠나야할 시간..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 직원들을 졸라 이른 아침을 먹고,

6시반에 체크아웃을 한 뒤,

택시를 타고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 터키항공 라운지 >

 

 

2시간여의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했으나(실제 발권 요청 시간은 1시간반 전)

부다페스트행 터키항공 카운터에서 우리에게 돌아온 대답은 비행기 좌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순간 상황 파악이 안되서 멍하게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말로만 듣던 악명높은 터키항공의 Over-booking을 우리 가족이 경험하게 되다니..

 

공항 구석에 위치한 터키항공 오피스에는 우리 같은 사람 수십명;;이 하나같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항의하고 있었으나...

터키 항공 직원들은 하나같이

"니 사정 알겠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자리가 없다.  어떻하냐..' 는 대책없는 대답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우리가족 또한

부다페스트에 머물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정말 부다에서는 잠만 자고 빈으로 이동해야 되는 상황;;

 

사정을 (조금 더 과장해서) 설명하고

우리와 같은 처지이나 영어를 못해서 우리 가족에게 의지하게 된 20대 초반의 헝가리 여학생과 함께

일단 stand-by ticket을 받은 채로 공항으로 입장하였으나,

비행기가 출발할 떄 까지 좌석은 생기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버지께서는 터키 항공 직원들에게 협박성 말을 퍼부으셨으나

다행히 한국어로 하셨기 때문에...;;;

 

부다페스트행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저녁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이걸 어떻하나 하고 있던 찰나,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3시간 뒤에 빈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다고 한다.

 

여행 일정을 계획할 당시

스위스 일정을 늘리느라 '부다페스트->빈'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고 내심 걱정했던 터였으나

이미 항공권 구입이 끝나 일정 조정을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보상금을 받으면서 항공권 일정을 변경하게 되면, 우리로서는 손해보지 않는 딜이었다.ㅋㅋ

(게다가 부다페스트 숙소는 예약금도 걸지 않은 상황이었음.  부다민박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스탄불->부다페스트' 항공권을 '이스탄불->빈'으로 바꾸면서

개인별로 소액의 금액을 보상받는 걸로 협의를 끝내고,

남는 시간동안 터키항공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

 

나쁘지 않게 풀리긴 했지만,

말도 안되는 오버부킹 사건을 겪은 수많은 손님들을 보았기에

(부다페스트행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하는 항공편 모두에서 항의손님이 있었음;;)

터키항공은 절대 이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 벨베데레궁전 상궁에서 바라본 정원 >

 

 

우여곡절 끝에 빈에 도착하니 아직 2시도 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데다가

오전 내내 겪었던 드라마틱한 일들 덕분에 다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일단 호텔로 향했다.

 

 

 

< 정원에서 바라본 벨베데레 상궁 >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니 어느덧 3시 반이 넘었다.

나와 누나는 8년전 배낭여행 당시 잠시 머무르면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적이 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처음이라 무턱대고 생략하기도 곤란한 상황..

 

고민끝에 빈에 왔으면 '클림트의 키스'는 보고 가셔야 될 것 같아서,

일단 가까운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 빈의 중심가.  케른트너 거리 >

 

 

여유롭게 정원 구경 & 그림 감상을 하고 나오니 5시가 넘었다.

고생한 우리가족에 대한 보상으로 맛집을 찾아가려 했으나

고심끝에 선정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맛집은 영업을 하지 않고;;

 

그래서 일단 중심가로 이동하기로 했다.

 

 

 

< 성슈테판 성당 >

 

케른트너거리를 지나 성슈테판성당 인근으로 가니,

많은 식당들이 갑갑한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영업 중이었다.

적당한 식당 한 곳을 골라서, 소세지, 슈니첼등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돈까스와 비슷해서인지 부모님도 좋아하셨던 듯.

이스탄불에서도 그렇고, 생각보다 양식을 잘 드셨던 것 같다.

 

 

 

 

< 야외에서의 저녁 >

 

 

저녁을 먹은 뒤 성슈테판성당을 잠시 들렀다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일정상

유명한 Film Festival을 오늘이 아니면 보기 힘들 것 같아서

지친 다리를 이끌고 시청사로 향했다.

 

 

 

< 시청사 가는 길에 잠시 휴식 >

 

지하철 일부 구간이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너무 돌아갈 것 같아서

걸어 가기로 했는데,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기에는 좀 무리였던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걸어서 시청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발디딜틈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 Film Festival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 >

 

 

맥주를 사들고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독일어라 농담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음악 공연이 주를 이루었기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관람이 가능했던 것 같다.

 

 

< Film Festival at Rathaus, Wien >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빈에서의 첫 번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Posted by alpha auri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