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5.(목), 고비를 향하는 푸르공에 몸을 싣다."


7시에 눈을 뜨니 어느새 해가 밝아 있다.  몽골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아침이야 사실 뭐 별다를게 있겠냐만은, 여행중에는 사소한 것 하나도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한국보다 위도상으로 북쪽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건조한 내륙지방이라 그런지, 몽골에서의 아침은 왠지 더 상쾌하게 느껴졌던 듯..

투어를 떠나기 전, 환전 및 생필품 구입을 위하여 잠시 몽골 시내를 돌아보았다. 
세계 어디나 대도시의 생활상은 대동소이한 듯.  인구 100만의 몽골 제 1의 도시 울란바타르의 아침 또한 여느 곳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울란바타르의 아침>



<투어를 책임져 줄 이동수단 : 러시안 푸르공>


환전, 항공권 컨펌 등 급한 볼일을 끝내고, AM10시 우리는 드디어 고비로 향하는 러시안 푸르공에 몸을 실었다.

몽골에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은 크게 4곳으로 나뉠 수 있다.

1. 울란바타르 & 근교(테를지 국립공원 등) : 울란바타르는 도시가 크지 않으며, 주요 관광지가 중심지에 몰려 있고 쇼핑 등 다른 할 거리가 많지 않기 떄문에 하루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음.  테를지는 울란바타르 근교의 계곡? 휴양지?로 푸른 초원과 꺠끗한 하천이 있어 승마 등을 즐길 수 있음.  시간 여유가 있는 경우 1박 2일로 많이 찾지만, 거리가 멀지 않기 떄문에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함.

2. 중부 하르허린 지역(과거 몽골제국의 초기 수도) : 최소 3박 4일의 일정이 필요한 듯(여기는 안 가봐서 확인 불가;;).  흔적 뿐이지만 몽골 제국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듯.

3. 남부 고비 사막 : 제일 짧은 투어가 6박 7일짜리였으며, 10일 이상 되는 투어 프로그램도 많음.  시간 여유가 없을 경우 남쪽의 달란자드가드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나, 국내선 항공편이 많지 않으며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   6박 7일의 경우에도 처음과 마지막에 차량 이동이 좀 길긴 했지만 중반에는 상당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공룡 화석 발굴지 방문, 얼음 계곡 방문, 낙타 타기 등의 일정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아무도 없는 고비에서 자연과 고독을 즐길 수 있음

4. 북부 흡수골 호수 : 바다가 없는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몽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름 휴양지라고 함.  게스트하우스에서 준비되어 있는 투어 프로그램은 대부분 10일을 훌쩍 넘기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었는데,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 고비나 흡수골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여유있는 일정이 필요한 듯.


<몽골의 주요 관광지 & 고비 투어(6박7일) 코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 울란바타르 및 근교 지역이 아닌 곳을 여행할때는 보통 차량과 가이드가 제공되는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   투어라고 하지만 그 규모가 작으므로, 여행자 한 팀이 차량, 운전기사, 가이드를 개별적으로 고용해서 일정 기간동안 함께 움직이는 형식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우리는 일행이 2명 뿐이었기 때문에 출발 전 guest house에 날짜와 희망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비슷한 일정의 다른 여행자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다행히 시간 낭비 없이 도착 다음날 곧바로 팀을 짜서 출발할 수 있었다.


 


<12:30.  울란바타르 근교. 저 돌무더기(어워?) 주위를 돌며 행운을 빌었다>


우리 팀은 나, 내 친구 Gabi, 이스라엘에서 갓 전역하고 놀러온 커플(Shahaf & Mor), 프랑스 여자 1人(Anne-Claire), 몽골 현지 가이드(Tugsoo)&기사(Gamba) 이렇게 7명으로 구성되었다.  4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주일간 함께 하였지만, 다들 착해서 그런지 별 트러블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듯...   공용어는 영어였으나 정작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몽골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친 외국인은 의외로 프랑스인이었다.(한국인이 2위)  세계 어딜 가든 넘쳐나는 일본, 중국, 미국인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 또한 몽골의 특이점이었던 거 같다. 

요즘(당시?)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몽골여행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사실 프랑스 이외에도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 트랜스 몽골리아로 몽골 경유 - 베이징에서부터 중국여행 시작'의 코스로 여행하는 유럽인 관광객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유레일패스 끊고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듯, 서구인들은 러시아-몽골-중국에서 동양을 느끼고 가는듯..  통일 뒤 기차가 우리나라까지 연결된다면 베이징에서 우리나라까지 올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서..

푸르공을 타고 출발한 우리는 11:40경 마트에서 고비를 향하기 전 마지막 준비를 했다.  물 부족을 대비해서 친구와 함께 물을 6병 이상 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일 뒤 물 부족으로 고생했다는 점, 울란바토르 또한 교통체증이 심각했다는 점,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12:30.  울란바타르 근교. 벌써 야생동물이 보인다>



<12:30.  울란바타르 외곽에서 바라본 시내 중심부>



여기서부터 끝없는 초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초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한참을 넋놓고 달리다 바깥을 보면 조금씩 식생의 변화가 느껴진다는게 재미라면 재미랄까..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밥을 먹기 위해 필요한게 바로 가이드.
고비 여행에서 가이드는 정말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는데
1. 기사와 우리 사이에 통역 역할을 해준다.(기사 아저씨는 영어 못함)
2. 밥을 해결해준다.(식사도구를 챙겨와서 틈틈히 밥을 해줌)
3. 숙소를 구해준다.(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게르 캠프에서 영어가 통할리 없으니..)
4. 가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안내해준다.(특별히 설명이 필요한 지역이 별로 없어서 이 역할의 비중이 가장 작았음.)

우리의 가이드 Tugsuu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영어선생님이었다.(방학중에 부업으로 가이드를 한다고..)  이루의 '까만안경'이 몽골에서 인기 많았다며 흥얼거렸는데 좀 신기했음.ㅋ

밥도 맛있고(라기 보다는 먹을만 했고;;)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일행 중 채식주의자가 있어서였는지 식사 메뉴가 제한적이었다는게 좀 아쉬웠다.  뭐 사막 한가운데서 다양한 메뉴를 기대하는것도 무리긴 하지만..ㅎㅎ

 


<오후 2시경.  눈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에서 점심 준비>




<보통 감자 국수(파스타?), 덤플링 수프, 감자 볶음 & 밥 등을 먹었다>



여행 중 한참을 달리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곳에나 차를 세우고 밥을 먹었고,
누군가 급하면 역시 아무곳에서 차를 멈추고 용변을 해결했다.

사방이 수평선이라 가릴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여자분들은 적잖게 고생했을듯..

 

<초원을 달리는 차량과 초원속에 생겨난 길>  


고비에는 정해진 길이 없기에 유능한 기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오후 5시 45분.  지역에서 숭배되는 돌산을 지나며..>



반나절을 달렸을까.. 
러시안 푸르공이 고장나버렸다.
뒷자석에서 느껴지던 냄새가 심상치 않더니, 기름이 새는듯..
오후 7시 40분경 Gamba가 초원 어딘가에 차를 새우고, 수리를 시작했다.  우리는 또 휴식.^^


<초원에서는 종종 동물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사막에 가까워질 수록 마주치는 빈도가 줄어든다.>



<말을 모는 몽골인>




늦은 출발 때문인지,
차 수리에 예정에 없던 시간을 써버렸던 탓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여유로웠던 탓인지,
해가 져물었음에도 기대했던 숙소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 불빛 없는 사막의 어둠 속을 한참 동안 해멘 끝에
(말을 안해서 그렇지 가이드랑 기사아저씨도 이때 긴장 좀 했던 듯ㅋㅋ)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Ger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메뉴 : 말(양?)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잠을 청했다.


 
<게르 안에서 먹는 저녁>




 <처음 잠을 청했던 Erdenedalay Village>     

선명한 은하수와 함께 보이던 밤하늘의 별이 무척 아름다웠다.



 

Posted by alpha auri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