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7.12(금) The Beginning

 

 

 

 

< 호수 초입 Lukung에서 바라본 판공초 전경 >

 

 

 

 

2년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도 영화 '세 얼간이(3 idiots)'를 보게 되었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뻔한 스토리의 오락영화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던 탓에 뒤늦게 극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던 영화.

 

스토리도 재밌었고, 인도 영화 특유의 경쾌함도 좋았지만,

영화가 끝난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름아닌

"엔딩씬 촬영장소를 꼭 가봐야겠다"였다;;

 

황량한 배경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가 강렬하게 다가왔던 탓에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니,

인도 라다크지방에 위치한 판공초에서 촬영했다고..

 

 

 

 

 

 

 

< 인도 최북단 Jammu-Kashmir주에 속해있는 Ladakh >

 

 

 

나름 세계지리에 자신 있던 나였으나,

라다크라는 지명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인도 최북단에 위치한 Jammu-Kashmir주.

파키스탄, 중국과의 국경분쟁으로 종종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카슈미르 지역 중 인도 지배하에 있는 곳이다.

 

잠무-카슈미르 지역에서도

히말라야산맥과 카라코람으로 둘러쌓인 험준한 지세에  위치한 Ladakh.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탓에

육로를 통한 접근은 1년에 오직 4~5개월만 가능하며,

덕분에 1970년대 이전까지 서구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곳.

 

역사적으로 티베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탓에 '작은 티베트'라 칭해지기도 하는 라다크는

라다크 전통문화에서 세계화의 대안을 찾고자 했던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라는 책이 출간된 이후

점차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지역이다.

 

평소 인도 문화에 별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인도 여행의 악명을 익히 들어왔었기에

인도는 항상 휴가계획에서 제외되어 왔으나,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된 호기심 덕분에

2013년 여름 휴가지는 인도로 결정되었다.

 

 

 

 

< 창 밖으로 바라본 AI317 비행기 >

 

 

 

무더운 날씨 탓에 대게 여름은 인도여행 비수기에 해당되지만,

북쪽에 위치한 라다크지방은 예외적으로 여름이 성수기에 해당된다.

왜? 봄-가을-겨울에는 육로를 통한 접근이 불가능하니까..;;

게다가 최근들어 인도 부유충들 사이에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한 북부지방에서 보내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도 하고..

 

그 결과

2달전부터 여행 준비를 시작했음에도

인천-델리의 국제선 항공기보다

델리-레의 국내선 항공기 티켓을 구하는것이 훨씬 어려웠다;;

 

물론 티켓이야 있었다.  다만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져 있을뿐...

(저가항공 조차도 출발 1달전 기준 이미 왕복 5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이었음)

 

때문에 국제선 이용시 국내선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에어인디아 Add-on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불편함을 무릅쓰고 에어인디아 국제선을 발권하였으나,

Air-India의 경우 델리-레 구간을 월, 수, 금 주 3회밖에 운항하지 않았기에

어떻게 짧은 휴가 안에서스케줄링을 해도 일정이 맞지가 않는다.

 

부득이 50만원에 가까운 국내선 티켓을 구입하고 아까워하고 있던 중

출발 1주일전 혹시나 하고 항공권을 다시 알아보니

에어인디아가 국내선 항공편을 임시 증편했다고ㅋㅋㅋ

 

임시 증편 항공기 특성상 여차하면 취소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섬뜻하긴 했지만,

30만원짜리 저가항공 티켓보다는 나을것 같아 급하게 전체 항공권을 재발권하고

그렇게 여행준비를 완료했다.

 

 

 

 

 

 

< 군사 공항이라 여러모로 불편했던 델리국제공항 >

 

 

 

7월 12일 금요일 오후 2시.  드디어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싫었다.

인천 - 홍콩 - 델리를 운항하는 경유 항공편이었기에,

중간에 홍콩에서 1시간동안 비행기에 멍하니 앉아서 객실 청소하는 광경을 보기도 하고...;;

 

그렇게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고

9시가 넘은 한밤중에 델리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델리에서 레로 이동하는 육로 >

 

 

 

대게 인도 북부 Ladakh 지방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2주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것이 권장된다.

 

인프라가 열악한 탓에 이동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탓도 있지만

(델리 - 레 구간을 육로로 이동할 경우 최소 이틀은 full로 잡아야 함)

가장 큰 이유는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여유로운 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공기 중 산소 함량일 줄어드는 탓에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고산병.

 

가벼운 두통부터 어지로움, 매스꺼움, 호흡곤란까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체질, 건강상태 등과 상관없이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기에

겪어보기 전에는 어떤 증상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 종잡을수 없다고 한다.

 

몸이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기에

가장 좋은 예방책은 고도를 천천히 높여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해발 2,000m 이상 지역부터 하루에 500m 정도씩 높이면 괜찮다고 함)

고산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경우, 고도를 낮추면 대게 바로 낫는다고..

 

라다크의 중심도시인 Leh는 해발 3,500m에 위치해있기에

델리에서 비행기로 바로 오는 경우 백이면 백, 고산병 증세를 경험한다.

 

인도 여행의 관문도시인 델리에서

라다크 지방을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3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권장되는 이동루트는

 잠무-카슈미르 주의 여름수도인 스리나가르를 경유하는 루트이다.(차로 1박 2일 소요)

[ 스리나가르(1,750m) - 소남마르그 - 까길(1박) - 알치 - 레(3,500m) ]

 

아름다운 호반도시, 인도의 베니스 스리나가르

인도의 알프스라 부릴는 소남마르그,

이국적인 풍경의 알치 등을 경유하는 루트는

지프를 빌려 주요 명소를 관광하며 이동하기에 정말 좋은 여행코스이지만,

스리나가르의 치안 상태가 불안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파키스탄과의 국경분쟁 탓에 몇년전 총격전과 테러가 발생했었다고..;;)

 

두 번째로 가능한 코스는

(델리) - 마날리(1,900m) - 타그랑라(5,300m) - 레로 지프/버스 등을 이용하는 코스인데,

유명 관광지인 마날리를 거치기도 하고

비행기보다 저렴한 탓에 가장 인기있는 코스이지만,

중간에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자동차도로(타그랑라)를 지나는 탓에

심각한 고산병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쨰 옵션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앞의 두 옵션과 달리 1년 내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1박 2일 -> 1시간10분으로 시간도 드라마틱하게 단축시킬 수 있다.

단점은 가격과(비수기에는 왕복 10만원 안쪽으로도 해결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눈튀어나오는 가격을 각오해야 함)

급격한 고도 변화에서 오는 고산병;;

 

 

 

 

< 레 왕궁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본 레 전경 >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서...

 

9시가 넘은 시간 델리 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일정상 내일 새벽 곧바로 레를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해야 한다.

 

참고로 델리 공항은 군사공항이라 한번 나가면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때문에 신중히 결정하고 공항을 벗어나야 되는데..

 

악명높은 델리의 밤거리가 두렵기도 하고,

섯불리 외부 호텔에 투숙했다가는 말레이시아 여행에 이어 또 한번 국내선을 놓칠수도 있을 것 같아

출국장에 위치한 유료 라운지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결정;;

샤워하고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인도 여행중 가장 비싼 숙소가 되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반노숙 상태로 하룻밤을 보내고...

 

7.13.(토) 새벽 6시 반.

 

델리에서 레로 향하는 AI445편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본격적인 인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Posted by alpha auri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