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7.21(토) Good-bye, India
< 훈두르, 누브라밸리 >
어느덧 인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어제 올드델리의 수 많은 인파 속에서 녹초가 될만큼 지치긴 했었지만,
인도 여행의 마지막날을 허투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떠나는 그 순간까지 알찬 계획을 세웠었다.
"델리 최고의 유적지로 꼽히는 꾸뜹미나르를 둘러본 뒤, 올드델리와 딴판이라고 하는 뉴델리를 감상하고 공항으로 향하자"
분명 계획은 그랬었는데...
..
.
역시 인도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를 않는다.;;
< 지하철을 나서려던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 >
시작은 좋았다.
산뜻하게 일어나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뒤,
(빠하르간즈 골목 골목 은은하게 배여있는 쓰레기 냄새 정도는 이제 별문제가 되지 않았음)
간단한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체크아웃 후 가방을 호텔에 맞긴 뒤,
꾸뜹미나르로 향하는 메트로에 오를때 까지만 해도 모든게 계획대로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꾸뜹미나르역에 내리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왠만한 비면 무시하고 나갈텐데
이건 집중호우도 이런 집중호우가 없다.
기다리면 그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참을 기다렸으나, 이놈의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않는다.
결국 계획변경.
다시 메트로를 타고 원래 계획에 없던 국립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잠시 비를 맞더라도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비를 피하며 관람할 수 있으니..
< 비참한 몰골로 먹었던;; 인도에서의 마지막 식사 >
박물관에 가기 위해 도착한 메트로 Central Secretariat역.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가득 사람들이 진을 치고 앉아있는 모습부터 불길하다 했더니,
바깥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가관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20m 거리에 있는 버스정거장까지 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여기서 또 한참을 기다렸으나,
빗줄기는 한순간도 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러다가 오늘 비행기타러 못가는거 아닌가'라는 불길함까지 엄습하기 시작했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것 같아
시간이 아깝더라도 일단은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결정.
..
.
조심스럽게 지하철 밖으로 한걸은 내딛어보니,
빠하르간즈는 이미 폭우로 골목이 종아리까지 잠겨있었다.
..
.
..
소똥과 쓰레기가 가득하던 이 골목을 맨발로 걸어야하다니..
아 놔... -_-;;;
< 물에 잠긴 비벡 호텔 >
오물을 해치며 손에 신발을 든 채 빠하르간즈 골목을 거닐다보니,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왕 이렇게된거 밥이라도 먹으며 비를 피하는게 좋을것 같아
거지꼴을 하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커리와 짜파티를 먹으며
또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다행히 빗줄기는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비벡 호텔.
낯선 델리에서 익숙한 몇 안되는 곳이었기에 약간의 휴식을 기대하며 도착한 그곳은
골목에서 범람한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
.
그렇게 여행에 대한 나의 의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꾸뜹미나르고 뉴델리고 나발이고
모두 필요없으니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그자리에서 콜택시를 불러
인드라간디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곳곳에 넘쳐 흐르는 빗물 덕분에
택시를 타고 무사히 공항까지 갈 수 있을지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빗물이 넘치는 곳을 센스있게 피해가는 노련한 드라이버 덕분에
출발한지 1시간만에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 예정시간보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하는바람에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2시간반동안 공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채
(인도의 공항은 군사공항이라 탑승 4시간 전에는 공항 안으로 출입할 수 없음;;)
바깥의 의자에 앉아 눅눅해진 발을 말리면서,
그렇게 나의 인도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다.
오후 6시반 힘겹게 입장한 인도 공항에서는
다행이도
면세점과 라운지를 돌아다니며
다시금 인간다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11시반 델리발 인천행 AI310에 탑승하면서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인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 남걀 체모 곰파, 레 >
< 레 전경 >
< 루쿵, 판공초 >
< 스팡믹, 판공초 >
< 판공초의 밤하늘 >
< 누브라밸리 >
< 훈두르, 누브라밸리 >
< 까르둥라 오르는 길 1 >
< 까르둥라 오르는 길 2 >
< 빠하르간즈, 델리 >
여행지에서 한시 바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을 만큼
쉽지 않았던 여름 인도 여행이었지만...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다시금 그리워지는건 어쩔수가 없나 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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